도시 열섬 현상은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의 열 저장, 녹지 면적 감소, 교통량 증가와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환경과학 연구에서는 도시 온도를 추가적으로 상승시키는 미세한 기후 조절자, 즉 블랙카본(Black Carbon, BC) 의 역할이 점점 더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블랙카본은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기반 미세입자로, 주로 경유 차량 배출가스, 산업 시설 연소, 난방 시스템, 폐기물 소각 등에서 발생한다. 이 입자는 대기 중에 존재할 때 단순한 오염물질이 아니라 태양복사 에너지를 직접 흡수하는 강력한 흡열체로 작용한다.
블랙카본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성은 강한 흡광성(absorptivity)이다. 일반적인 미세먼지(PM2.5)와 비교할 때 태양광 흡수 능력이 월등히 높으며, 흡수된 에너지는 대부분 주변 공기를 가열하는 형태로 방출된다. 특히 도시 중심부처럼 블랙카본 농도가 높고 반사율이 낮은 지역에서는 이러한 국소 난류 효과가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동일한 일사량 조건에서도 블랙카본 농도가 높은 지역이 더 높은 기온을 기록하는 원인이 되며, 결과적으로 도시 열섬 강도를 증폭시키는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로 작용한다.
또한 블랙카본은 단순히 대기에서 열을 흡수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미세입자가 지표면에 쌓이는 경우, 흰색 표면(예: 건물 지붕, 도로 표시선, 심지어 겨울철 도심 적설)에 대한 반사율(알베도)을 현저히 낮추는 효과를 유발한다. 알베도가 감소하면 동일한 태양광 조건에서 지표면이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고, 이는 지표층 온도 상승과 난류 강화로 이어진다. 특히 겨울철 적설 위에 축적된 블랙카본은 눈의 반사율을 정상 대비 30~50% 이상 낮출 수 있어, 기온 상승 속도를 가속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블랙카본은 공기 중에서 다른 화학성분과 결합해 2차 에어로졸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입자 구조가 변화하며 열흡수 능력 역시 달라지는데, 특정 조건에서는 오히려 열효율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시 말해, 블랙카본은 ‘단독 오염물질’이라기보다 대기 화학 반응의 허브 역할을 하며 도시 온도 상승 패턴에 복합적으로 기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블랙카본은 국제 기후협약에서도 강력한 단기 기후유발물질(SLCP: Short-Lived Climate Pollutant)로 분류된다. 수명이 짧은 대신 지구온난화지수(GWP)에서 이산화탄소 대비 500~1,500배 수준의 복사강제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도시 기후 안정성을 위해 반드시 다뤄야 하는 주요 요인으로 강조되고 있다.
도시 열섬을 해결하기 위한 기존 대책—예를 들어 쿨루프 도입, 도시 녹지 확장, 수변공간 조성—도 중요하지만, 블랙카본 배출을 줄이는 접근은 매우 즉각적인 기후 개선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차량 배출가스 규제 강화, 노후 디젤차 감축, 산업 연소 효율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도시 기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흑색 입자’인 블랙카본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